설 지나고 또 ‘의료 대란’ 오나…”의사 면허 걸고 총파업” 초강수



정부가 2006년 3058명으로 조정된 이후 19년째 고정된 의대 정원을 내년도 대입부터 2000명 늘리기로 6일 발표한 데 대해, 의료계가 ‘총파업 카드’라는 초강수를 내밀었다. 정부는 의사들 파업에 대비해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격상한다는 방침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대한의사협회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할 경우 총파업 수순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날 오후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기 전 ‘최후통첩’을 한 셈이었다.

결국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발표하면서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은 극에 치달을 전망이다. 이날 의협이 발표한 로드맵대로라면 의협은 이필수 회장을 필두로 한 제41대(현재) 집행부는 모두 사퇴한다. 이어 설 연휴가 끝난 후 즉각적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소집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고 총파업에 돌입한다.

파업 시점을 설 연휴 이후로 잡은 건 설 연휴 전에 시작할 경우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란 우려, 설 연휴 기간 교통사고 등 응급상황에 대처해야 할 의료인력 부재 시 국민의 질타를 받을 것에 대한 우려가 섞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이필수 의협회장은 “우리도 일선에서 (총파업으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 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설 연휴 시작 직전에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하는 건 정부가 우리의 파업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의심된다”라고도 말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함에 따라 의협은 파업 전, 지난해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파업 참여 찬성·반대 투표 결과를 대국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투표 결과를 공개하고 파업을 진행하겠다는 건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 수가 불참하겠다는 의사 수보다 많았다는 의미로 비친다. 앞서 의협은 회원 81.7%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반대 이유로는 ‘이미 의사 수가 충분하다'(49.9%), ‘향후 인구가 감소하면서 의사 수요 역시 줄어들 것이기 때문'(16.3%), ‘의료비용 증가 우려'(15.0%), ‘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14.4%), ‘과다한 경쟁 우려'(4.4%) 등으로 나타났다.

전국 전공의 88.2%는 총파업 같은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의대 증원에 따른 단체행동에 88.2%의 응답자가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140여 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여 명이 참여했다. 전국의 전공의가 1만5000여명이므로 3명 중 2명이 참여한 셈이다. 이른바 ‘빅5’ 병원(대형 상급종합병원)으로 불리는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소속 응답자 86.5%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국립대병원 17군데 전공의들의 참여 의향은 84.8%로 나타났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현재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며 추후 대의원총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실제로’ 참여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료계가 이번에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과거 파업 때와 달리, ‘의사 면허’를 내걸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지난해 5월 19일 공포 후 즉시 시행된 의료법 개정안, 이른바 ‘의료인 면허 취소법’에 근거해서다. 이 개정법에 따르면 의사가 불법 파업으로 업무 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으로 환자가 치명적인 피해를 보고,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오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의료 소송 전문 A 변호사는 “불과 올 초 간호법 투쟁 때까지만 해도 총파업 같은 불법적 행동을 저지를 수 있던 건 의사 면허가 취소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개정안 시행 후 업무 방해, 집시법 위반 시 연루자들의 의사 면허가 박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필수 회장은 “파업에 돌입한다면 그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총파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총파업 카드를 꺼낸 의협에 대해 간호사 위주(전체 회원의 64.2%)의 단체인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대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의협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복지부가 의협과 28차례 의료현안협의체를 개최했고, 현장과 소통하는 자리 33회, 지역별 의료 간담회 10회 등 충분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쳤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조는 “의협은 ‘품위 있고 당당한 의사협회’,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의사’를 표방한다면서 국민 절대다수가 찬성하는 의대 정원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집단행동(총파업)에 나서겠다는 의협의 모습은 품위 있고 당당한 의사협회와 거리가 멀다”며 쓴소리를 냈다. 이어 “국민의 절절한 염원이자 가장 시급한 국가과제인 의대 정원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의사협회의 집단행동은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기보다는 국민의 따가운 비판과 강력한 손가락질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